노션을 단순히 예쁜 메모장이나 할 일 관리 앱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면, 아직 노션이 가진 잠재력의 10퍼센트도 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배운 데이터베이스 기능만으로도 엑셀을 대체하기에 충분하지만, 노션이 진정한 생산성 도구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여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엑셀에서는 시트 1에 있는 고객 명단과 시트 2에 있는 주문 내역을 연결하기 위해 브이룩업 VLOOKUP 같은 복잡한 함수를 사용해야 했고, 데이터가 조금만 꼬여도 오류가 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노션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Relational Database라는 개념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구현해 냈습니다.

이 기능이 왜 중요할까요. 우리의 업무나 일상은 단편적인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복잡한 관계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와 세부 업무는 상하 관계에 있고, 회의록과 참석자는 인물 관계에 있으며, 독서 기록과 저자는 저작 관계에 있습니다. 정보를 따로따로 관리하면 똑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입력해야 하는 중복 노동이 발생하고, 한쪽을 수정했을 때 다른 쪽이 수정되지 않아 데이터 불일치 오류가 발생합니다. 노션의 관계형 Relation과 롤업 Rollup 기능을 마스터하면, 정보를 한 번만 입력해도 연결된 모든 곳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마법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꽃이라 불리는 관계형 속성의 개념과 설정 방법, 연결된 데이터를 쏙쏙 뽑아와서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롤업의 활용법,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만 스마트하게 걸러내는 필터와 정렬의 기술까지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관계형 Relation 이해 서로 다른 두 개의 데이터베이스 연결법
관계형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업무 환경인 프로젝트 관리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프로젝트 리스트라는 데이터베이스와 오늘 할 일 리스트라는 데이터베이스가 각각 따로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A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기획안 작성, 시장 조사, 디자인 시안 제작 등 여러 개의 세부 할 일들이 필요합니다. 만약 두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오늘 할 일 데이터베이스에 기획안 작성을 적으면서 비고란에 이것은 A 프로젝트 관련임이라고 텍스트로 일일이 적어야 합니다. 나중에 A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만 모아보고 싶으면 검색 기능을 써서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이때 관계형 속성이 등장합니다. 두 데이터베이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설정 방법은 간단합니다. 할 일 데이터베이스에서 새 속성 추가를 누르고 관계형 Relation 형식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어떤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할 것인지 묻는 팝업창이 뜨는데, 여기서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선택하면 됩니다.
이때 중요한 옵션이 하나 나타납니다. 바로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표시 Show on Projects라는 토글 스위치입니다. 이 스위치를 켜면 양방향 연결 2 way sync이 되고, 끄면 단방향 연결 1 way sync이 됩니다. 업무 관리를 위해서는 무조건 이 스위치를 켜서 양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야 할 일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일은 A 프로젝트 소속이야라고 지정했을 때, 반대편인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아, A 프로젝트에는 기획안 작성이라는 할 일이 포함되어 있구나라고 자동으로 인식하고 표시해 주기 때문입니다.
연결이 완료되면 이제 할 일 데이터베이스의 관계형 속성 빈칸을 클릭해 보세요.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프로젝트 목록이 팝업으로 뜹니다. 여기서 A 프로젝트를 선택하기만 하면 연결 끝입니다. 이제 기획안 작성이라는 할 일 옆에는 A 프로젝트라는 꼬리표가 클릭 가능한 형태로 붙게 됩니다. 이 꼬리표를 클릭하면 화면이 이동하지 않고도 팝업창으로 A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 독서 기록장: 독서 리스트 DB와 작가 리스트 DB를 연결합니다. 작가 페이지를 열면 그 작가가 쓴 책들이 자동으로 주루룩 뜨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가계부: 지출 내역 DB와 결제 수단 카드 DB를 연결합니다. 카드 페이지를 열면 이번 달에 이 카드로 결제한 내역만 모아볼 수 있습니다.
- 회의록 관리: 회의록 DB와 고객사 DB를 연결합니다. 고객사 페이지에 들어가면 우리 회사와 진행했던 모든 미팅 히스토리가 자동으로 정리되어 보입니다.
정보를 중복해서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데이터 간의 맥락 Context이 살아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이것이 바로 노션이 단순한 메모장을 넘어선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도구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롤업 Rollup 활용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의 정보 자동으로 불러오기
관계형 속성이 두 데이터베이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면, 롤업 속성은 그 다리를 건너가서 건너편에 있는 정보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거나 가져오는 기능입니다. 엑셀의 VLOOKUP 함수와 비슷하지만 훨씬 강력하고 쉽습니다. 롤업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관계형 속성으로 두 데이터베이스가 먼저 연결되어 있어야만 생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프로젝트와 할 일의 예시로 돌아가 봅시다.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는 프로젝트의 마감일, 담당 팀장, 예산 등의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할 일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이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언제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프로젝트 페이지로 이동해서 날짜를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롤업을 사용하면 할 일 데이터베이스 안에 프로젝트 마감일이라는 열을 만들어서 자동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속성 추가 메뉴에서 롤업 Rollup을 선택하면 세 가지 설정 메뉴가 나옵니다.
- 관계형 Relation: 어느 다리를 통해 건너갈 것인가? 연결된 프로젝트 DB를 선택합니다.
- 속성 Property: 건너가서 무엇을 볼 것인가? 프로젝트 DB 안에 있는 마감일 속성을 선택합니다.
- 계산 Calculate: 가져온 데이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원본 표시 Show original를 선택합니다.
이렇게 설정하면 할 일 데이터베이스 옆에 자동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표시됩니다. 프로젝트 DB에서 마감일을 수정하면, 할 일 DB에 있는 롤업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롤업의 진가는 계산 Calculate 기능에서 폭발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 사례가 바로 프로젝트 진행률 Progress Bar 만들기입니다.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A 프로젝트에는 10개의 할 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몇 개가 완료되었는지, 그래서 현재 진척도가 몇 퍼센트인지 알고 싶습니다. 일일이 세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롤업 속성을 만들고 다음과 같이 설정합니다.
- 관계형: 할 일 DB 선택
- 속성: 완료 체크박스 속성 선택
- 계산: 체크된 비율 Percent checked 선택
이렇게 설정하면 노션이 자동으로 연결된 할 일들 중에서 체크박스가 표시된 개수를 세어 백분율로 환산해 줍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속성 편집 메뉴에서 표시 방법 Show as을 숫자 Number에서 바 Bar나 링 Ring으로 바꾸면, 우리가 게임이나 다운로드 창에서 흔히 보던 근사한 진행률 막대그래프가 생성됩니다. 할 일 데이터베이스에서 할 일을 하나 체크할 때마다,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의 진행률 막대가 실시간으로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전체적인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시각적인 동기 부여를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합계 Sum를 이용해 가계부 지출 합계를 내거나, 평균 Average을 이용해 독서 평점 평균을 내는 등 롤업의 활용도는 상상력에 따라 무한히 확장됩니다. 복잡한 수식을 몰라도 클릭 몇 번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노션만의 엄청난 강점입니다.
필터와 정렬 내가 원하는 정보만 쏙쏙 뽑아서 보는 데이터 가공 노하우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가 수백, 수천 개 쌓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정리가 잘 되어 있어도 내가 당장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의 채라고 할 수 있는 필터 Filter와 줄 세우기인 정렬 Sort 기능입니다. 이 두 가지는 데이터베이스의 원본을 건드리지 않고, 사용자에게 보이는 화면만 임시로 바꿔주는 기능이므로 마음껏 적용해도 안전합니다.
필터 Filter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데이터만 남기고 나머지는 숨기는 기능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상단의 깔때기 모양 아이콘이나 필터 메뉴를 통해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필터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태 필터: 완료된 일은 숨기고 진행 중인 일만 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상태 속성이 완료가 아님 Is not Done으로 설정하면 깔끔하게 남은 일만 보입니다.
- 담당자 필터: 팀 프로젝트에서 내 업무만 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담당자 속성에 나 Me를 선택하면 로그인한 사용자의 업무만 필터링해서 보여줍니다. 이를 내 업무 보기 뷰로 저장해 두면 편리합니다.
- 날짜 필터: 오늘 해야 할 일만 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날짜 속성이 오늘 Today과 같음으로 설정합니다. 혹은 이번 주 내 Within this week로 설정하여 주간 업무를 볼 수도 있습니다.
- 고급 필터 Advanced Filter 기능을 사용하면 여러 조건을 결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나이면서 AND 마감일이 내일 이전이고 AND 상태가 완료되지 않은 일과 같이 복합적인 조건을 걸어 긴급한 업무를 추출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필터 그룹 Create group을 이용해 A조건 OR B조건 같은 논리 연산도 가능합니다.
정렬 Sort은 데이터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결정하는 기능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상단의 화살표 모양 아이콘이나 정렬 메뉴를 이용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입력한 순서대로 보이지만, 이를 마감일 순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면 급한 일부터 위로 올라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도 순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중요한 일이 먼저 보입니다.
정렬도 필터처럼 여러 단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1순위로 마감일 순으로 정렬하고, 마감일이 같은 경우에는 2순위로 중요도 순으로 정렬하라고 설정하면 더욱 정교한 리스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필터와 정렬을 조합하면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수십 가지의 다른 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PM용 뷰: 전체 업무를 프로젝트별로 그룹화하고 마감일 순으로 정렬
- 팀원용 뷰: 내 업무만 필터링하고 진행 상태별로 보드 뷰 정렬
- 경영진용 뷰: 이번 달 완료된 업무만 필터링하고 성과별로 정렬
이처럼 보기 View마다 서로 다른 필터와 정렬을 저장해 둘 수 있다는 것이 노션의 강력함입니다. 매번 필터를 새로 걸 필요 없이 탭만 바꿔가며 원하는 관점으로 데이터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계형과 롤업, 그리고 필터와 정렬을 통해 데이터를 연결하고 가공하는 고급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단순히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정보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트 Architect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경험해 보셨기를 바랍니다.
이제 데이터베이스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으니, 이 엔진을 탑재할 멋진 운전석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매번 데이터베이스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는 것은 번거로운 일입니다. 다음 글 7. 갓생 살기 위한 나만의 노션 대시보드 Dashboard 꾸미기에서는 오늘 배운 모든 기능을 한 화면에 모아서, 노션을 켜자마자 내 삶과 업무의 모든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관제탑, 대시보드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예쁜 위젯으로 감성을 더하고 레이아웃을 잡아 나만의 홈 화면을 구축하는 즐거움, 다음 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