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노션의 기본 블록들을 쌓아 올려 그럴듯한 문서의 형태를 갖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텍스트를 적고, 이미지를 넣고, 색상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노트가 완성되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에버노트나 워드 프로세서와 큰 차별점이 없습니다. 노션이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의 일잘러들을 매료시킨 진짜 비결, 노션을 단순한 메모 앱이 아닌 강력한 업무 생산성 도구로 격상시킨 핵심 엔진은 바로 지금부터 다룰 데이터베이스 Database입니다.

많은 분이 데이터베이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지레 겁을 먹습니다. 컴공과 전공자들이나 다루는 복잡한 코딩이나 SQL 같은 전문 용어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혹은 엑셀 Excel의 수많은 함수와 셀 서식에 질려버린 기억 때문에 엑셀도 어려운데 데이터베이스라니라며 고개를 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노션의 데이터베이스는 엑셀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쉽습니다. 복잡한 수식을 몰라도 클릭 몇 번이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필터링하고,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엑셀이 숫자를 계산하기 위한 도구라면, 노션의 데이터베이스는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모든 행 Row이 하나의 독립적인 페이지 Page라는 점입니다. 엑셀에서는 한 칸에 텍스트나 숫자밖에 넣을 수 없지만,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한 줄을 클릭해서 열면 그 안에 또다시 텍스트, 이미지, 영상, 심지어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무한대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캔버스가 펼쳐집니다. 즉, 겉보기엔 단순한 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파일철처럼 정리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션 활용의 분수령이 될 데이터베이스의 기초 개념부터, 인라인과 전체 페이지의 차이, 데이터를 스마트하게 관리하게 해주는 속성 Property 설정법, 그리고 하나의 데이터를 다양한 형태로 변신시키는 보기 View 기능까지 데이터베이스의 A to Z를 완벽하게 해부해 드리겠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생성 인라인 Inline과 전체 페이지 Full Page의 차이점
노션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빈 페이지에서 슬래시 명령어 /표 또는 /table을 입력하면 됩니다. 이때 메뉴에 표 보기 - 인라인 Table view - Inline과 표 보기 - 전체 페이지 Table view - Full page 두 가지 옵션이 나타나는데,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인라인 데이터베이스 Inline Database
인라인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작성 중인 페이지의 콘텐츠 사이에 데이터베이스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글을 쓰다가 중간에 이미지를 넣는 것처럼, 텍스트 블록들 사이에 표가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 언제 쓰나요? 하나의 페이지 안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대시보드 Dashboard 페이지를 만들 때, 상단에는 오늘의 명언을 적고 중간에는 오늘 할 일 데이터베이스를 넣고, 하단에는 주간 일정표를 배치하는 식입니다.
- 특징: 페이지의 일부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아담합니다. 문서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태입니다.
2. 전체 페이지 데이터베이스 Full Page Database
전체 페이지 데이터베이스는 말 그대로 페이지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차지하는 방식입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면 현재 페이지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로 이동하는 링크만 남고, 클릭하면 화면 전체가 표로 꽉 찬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 언제 쓰나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집중해서 데이터를 입력해야 할 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수천 권의 도서 목록을 관리하거나, 회사의 고객 명단 리스트 CRM를 만들 때는 다른 요소 없이 오직 데이터만 보이는 전체 페이지가 효율적입니다.
- 특징: 제목 외에는 다른 텍스트나 이미지를 추가할 수 없습니다 오직 데이터베이스만 존재합니다. 사이드바의 하위 페이지 목록에도 데이터베이스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찾기가 쉽습니다.
처음에 인라인으로 만들었다가 데이터가 너무 많아져서 전체 페이지로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제목 옆의 점 6개 아이콘을 눌러 페이지로 전환 Turn into page 메뉴를 선택하면 인라인이 전체 페이지로 변합니다. 반대로 전체 페이지를 인라인으로 바꾸고 싶다면, 해당 페이지를 다른 페이지 안으로 끌어넣은 뒤 메뉴에서 인라인으로 전환 Turn into inline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처럼 노션은 유연한 구조 변경을 지원하므로 처음부터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만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속성 Property 설정 태그 Select 날짜 체크박스 사람 태그 등 속성 활용법
데이터베이스의 뼈대가 만들어졌다면, 이제 그 안에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담을지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엑셀에서의 열 Column에 해당하는 것을 노션에서는 속성 Property이라고 부릅니다. 엑셀은 A열, B열에 아무 데이터나 막 넣어도 되지만, 노션의 속성은 각 열마다 들어갈 데이터의 형식을 미리 지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 엄격함이 오히려 데이터 관리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비결입니다.
표의 가장 윗부분 헤더를 클릭하면 속성 유형 Type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나옵니다. 가장 자주 쓰이는 핵심 속성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이름 Name: 모든 데이터베이스의 첫 번째 열은 무조건 이름 속성입니다. 이는 해당 행 페이지의 제목 역할을 하며, 절대 삭제하거나 다른 유형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책 리스트라면 책 제목, 인명부라면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이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행의 상세 페이지가 열립니다.
- 텍스트 Text: 가장 기본적인 속성으로, 짧은 설명이나 메모를 적을 때 사용합니다. 서식 적용은 불가능한 플레인 텍스트입니다.
- 숫자 Number: 가격, 수량, 평점 등을 입력합니다. 단순한 숫자뿐만 아니라 형식을 지정할 수 있어 원화 ₩, 달러 $, 퍼센트 % 등으로 표시할 수 있고, 진행률을 바 Bar나 원형 링 Ring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 선택 Select: 태그 Tag 기능입니다. 엑셀에서는 장르를 적을 때 소설, 소설, 소 설 등으로 제각각 입력하여 나중에 분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노션의 선택 속성은 미리 지정된 옵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게 합니다. 책의 장르 소설, 에세이, 인문 등나 프로젝트 진행 상태 시작 전, 진행 중, 완료 등을 관리할 때 필수적입니다. 각 옵션마다 파스텔톤의 색상을 지정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도 매우 예쁩니다.
- 다중 선택 Multi-select: 선택 속성과 비슷하지만, 하나의 칸에 여러 개의 태그를 동시에 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장르를 분류할 때 액션이면서 코미디일 수 있으므로 이럴 때 다중 선택을 사용합니다. 키워드 태깅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입니다.
- 날짜 Date: 마감일, 약속 날짜 등을 지정합니다. 달력 팝업이 뜨며 날짜를 선택할 수 있고, 시작일과 종료일을 설정하거나 시간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리마인더 Remind입니다. 날짜를 설정하고 알림을 켜두면 지정된 시간에 노션 알림이 와서 까먹지 않게 도와줍니다.
- 사람 Person: 협업 시 가장 강력한 속성입니다. 팀원 중 담당자를 지정할 때 사용합니다. 해당 사용자를 태그하면 그 사람에게 알림이 갑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파일과 미디어 Files & media: 관련 파일, 이미지, 문서 등을 첨부할 수 있습니다. 영수증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참고 자료 PDF를 넣어두면 자료 찾기가 쉬워집니다.
- 체크박스 Checkbox: 완료 여부를 표시하는 네모난 박스입니다. 투두 리스트나 습관 추적기 Habit Tracker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 URL / 이메일 / 전화번호: 클릭하면 바로 해당 웹사이트로 이동하거나, 메일 앱이 켜지거나, 전화를 걸 수 있는 링크형 속성입니다.
이 외에도 데이터베이스가 생성된 시각이나 수정한 사람을 자동으로 기록해 주는 생성 일시 Created time, 생성자 Created by 등의 고급 속성도 있어, 업무 히스토리를 추적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속성을 잘 설정해 두면 나중에 소설 장르만 모아보거나, 김철수 담당자가 맡은 업무만 필터링해서 보는 것이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엑셀보다 노션 데이터베이스가 강력한 이유입니다.
보기 View 방식 표 Table 형태의 데이터를 보드 리스트 형태로 변환하기
데이터를 입력하고 속성까지 설정했다면, 이제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백미인 보기 View 기능을 활용할 차례입니다. 엑셀에서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 표 모양 그대로만 봐야 합니다. 하지만 노션에서는 똑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표 Table로 보다가, 칸반 보드 Board로 보다가, 달력 Calendar으로 보다가, 리스트 List나 갤러리 Gallery로 바꿔서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보기를 바꾼다고 해서 원본 데이터가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데이터는 그대로인데 보여주는 방식 껍데기만 바뀌는 것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제목 옆의 더하기 + 버튼을 누르거나 보기 추가 Add view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보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 표 Table 보기: 가장 기본이 되는 엑셀 스타일의 보기입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한눈에 훑어보고 입력, 수정하기에 가장 효율적입니다. 속성 너비를 조절하거나 열의 순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 보드 Board 보기: 트렐로 Trello와 같은 칸반 보드 스타일입니다. 주로 선택 Select 속성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그룹화하여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진행 상태 속성을 기준으로 그룹화하면 시작 전, 진행 중, 완료라는 세 개의 기둥이 생기고, 각 업무 카드를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기둥 사이를 옮길 수 있습니다.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최적화된 뷰입니다.
- 리스트 List 보기: 속성들을 다 숨기고 제목만 심플하게 나열해서 보여줍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보기에 가장 깔끔하며, 복잡한 정보보다는 문서 목록이나 간단한 메모 리스트를 보여줄 때 적합합니다.
- 캘린더 Calendar 보기: 날짜 속성이 있는 데이터를 달력 형태로 보여줍니다. 마감일이 있는 프로젝트나 여행 일정을 관리할 때 필수적입니다.
- 타임라인 Timeline 보기: 간트 차트 Gantt Chart 형태입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일과 종료일이 긴 경우, 전체적인 일정의 흐름과 겹치는 기간을 가로 막대그래프로 시각화해서 보여줍니다.
- 갤러리 Gallery 보기: 이미지 중심의 뷰입니다. 파일과 미디어 속성에 있는 이미지나 페이지 커버 이미지를 썸네일로 크게 보여줍니다. 영화 포스터 리스트, 레시피 모음, 직원 프로필 사진첩 등을 만들 때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여러 개의 보기를 만들어두고 탭 Tab처럼 전환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 리스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1번 탭은 전체 목록 표 보기, 2번 탭은 읽고 있는 책 보드 보기, 3번 탭은 별점 5점 책 갤러리 보기로 설정해 두면, 필요에 따라 데이터를 입맛대로 골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노션의 심장인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정의하며,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방법까지 익혔습니다. 엑셀처럼 딱딱한 표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유기체 같은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매력을 느끼셨나요?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활용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다음 단계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쓰이는 강력한 도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 글 5. 칸반 보드와 캘린더 뷰: 프로젝트 진행 상황 시각화하기에서는 오늘 배운 개념을 응용하여, 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칸반 보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간트 차트를 활용해 장기 프로젝트의 마감 기한을 빈틈없이 관리하는 실전 노하우를 다뤄보겠습니다. 이제 단순한 목록 정리를 넘어,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일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